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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여행 (COGITO 커피, 슈트루클리, 체바피치치)

newlifechallenge 2026. 9. 7. 19:15

목차


    솔직히 저는 자그레브를 그냥 두브로브니크 가기 전에 잠깐 거치는 도시 정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이 도시가 꽤 단단하더라고요. 둘째 날 아침 공복에 마신 꼬르따도 한 잔부터, 40유로짜리 멍청 비용 위기, 폭우 속 서비스 와인, 그리고 비가 그치자마자 펼쳐진 붉은 노을까지. 자그레브는 제 예상을 계속 비틀었습니다.



    COGITO 커피와 슈트루클리 — 기대보다 훨씬 진지한 동네

    자그레브 구시가지 커피 문화가 수준 높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반신반의했습니다. 동유럽 커피라는 인상이 어딘가 약하게 박혀 있었거든요. 그런데 COGITO 커피에서 꼬르따도를 한 모금 마시는 순간 그 편견이 그냥 무너졌습니다.

    여기서 꼬르따도(Cortado)란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1:1 비율로 섞어 쓴맛을 부드럽게 잡아주는 커피를 말합니다. 라떼보다 훨씬 커피 본연의 향이 살아있고, 원두 품질이 좋지 않으면 오히려 단점이 도드라지는 방식이죠. COGITO는 스페셜티 싱글 오리진 원두를 직접 선별해 사용하는 로스터리 카페인데, 제가 마셔보니 그 선별이 헛말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두 잔째로 카바 사 밀리예콤(Kava s mlijekom)을 시켰어요. 꼬르따도보다 우유가 조금 더 들어가고 라떼보다는 적게 들어가는 크로아티아식 밀크 커피인데, 이것도 훌륭했습니다.

    그리고 점심. 슈트루클리(Štruklji)는 얇은 반죽 피에 리코타 계열의 치즈 소를 채워 오븐에 굽거나 삶아낸 크로아티아 전통 치즈 요리입니다. 쉽게 말해 치즈 가득한 크레페를 구워낸 것과 비슷한데, 스프 버전과 튀김 버전으로 나뉩니다. 저는 더운 날씨에 스프 버전이 부담스러울 것 같아 튀김 버전을 골랐고, 이게 맥주 안주로 정말 찰떡이었습니다. 짭쪼름하고 고소한 치즈가 갓 구운 껍질 안에 가득 차 있었거든요.

    크로아티아 관광청(출처: Croatia Tourism)에 따르면 슈트루클리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된 크로아티아의 대표 전통 음식입니다. 그냥 관광지 음식이려니 했는데, 직접 먹어보니 이게 왜 문화유산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 COGITO 커피: 스페셜티 원두 사용, 꼬르따도와 카바 사 밀리예콤 모두 추천
    • 슈트루클리: 튀김 버전은 맥주 안주, 스프 버전은 그라탕 스타일로 나뉨
    • 자그레브 구시가지는 카페와 식당이 골목 사이사이 숨어 있어 구글맵보다 발로 찾는 편이 나을 때도 있음
    요약: COGITO 커피와 슈트루클리는 "동유럽 음식은 평범하다"는 통념을 뒤집을 만큼 수준이 높았고, 자그레브의 식문화는 기대 이상으로 진지했습니다.

     

    체바피치치와 자그레브 노을 — 실수와 폭우가 만든 최고의 하루

    자그레브 여행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저는 그걸 몸소 증명했습니다. 슈트루클리를 먹다가 갑자기 플리트비체 입장권을 이미 예매해 놓고 또 결제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예요. 40유로, 우리 돈으로 약 6만 5천 원짜리 멍청 비용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크로아티아 국립공원 티켓은 환불이 안 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메일을 보냈고 — 거짓말처럼 바로 환불 처리가 됐습니다. 공식 환불 불가 방침이더라도 사유를 정중히 설명하면 담당자 재량으로 처리해주는 경우가 있다는 걸, 제 경험상 이때 처음 알았습니다.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서 저녁은 제대로 먹기로 했습니다. 체바피치치(Ćevapčići)는 다진 소고기를 소시지 모양으로 빚어 숯불에 구워낸 발칸 반도 국민 요리입니다. 여기서 체바피치치의 핵심은 단순한 고기 요리가 아니라는 점인데, 플랫브레드인 소문(Somun) 빵과 파프리카 페이스트 소스인 아이바르(Ajvar), 그리고 발효 크림 소스인 카이마크(Kaymak)를 함께 곁들여야 완성되는 구성입니다. 쉽게 말해 빵과 소스가 고기만큼이나 중요한 요리예요.

    저는 카이마크를 그냥 크림치즈인 줄 알고 먹었는데, 단맛이 전혀 없고 짭쪼름하고 고소한 맛만 났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카이마크는 지역마다 맛이 다르고, 크로아티아 쪽은 단맛 없이 발효된 크림 질감이 특징이라고 하더라고요. 아이바르 소스는 빵에 찍어 먹으니 약간 매콤하면서도 고기와 환상적으로 어울렸습니다. 스몰 사이즈를 시켰는데 양이 상당했고, 가격은 만 원 안팎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녁을 먹는 도중 갑자기 천둥번개와 함께 폭우가 쏟아졌어요. 일몰을 보러 가려던 계획이 완전히 망한 줄 알았는데, 비가 온다고 미안하다며 사장님이 스위트 와인을 서비스로 주셨습니다. 평소에 단 와인을 즐기지 않는 저인데, 이 와인은 향이 너무 좋아서 눈알이 굴러갈 뻔했습니다. 그리고 비가 딱 그쳤을 때 언덕으로 뛰어 올라가 본 자그레브의 노을은 —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구름이 걷힌 하늘이 성 마르코 성당(Crkva sv. Marka)의 알록달록한 타일 지붕 위로 붉게 물들던 장면이 아직도 선합니다.

    자그레브 시내 전망 명소로는 그리치 언덕(Gradec)이 꼽히며, 이 구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 목록에도 등재되어 있습니다(출처: UNESCO World Heritage). 뷰 자체는 입장료 없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로트르슈차크 탑(Kula Lotrščak) 위에 올라가면 3유로에 조금 더 높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요약: 체바피치치는 고기보다 소스와 빵의 조합이 핵심이고, 자그레브의 노을은 폭우가 지나간 직후 가장 극적으로 빛났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자그레브 COGITO 커피 찾기 어렵나요?

    A. 구글맵으로 검색하면 나오긴 하는데, 골목 안쪽에 위치해 있어서 처음 가면 한 번쯤 헤매게 됩니다. 저도 숙소에서 5분 거리라고 나왔는데 20분 넘게 걸렸습니다. 일반적으로 구글맵만 믿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자그레브 구시가지는 골목 구조가 복잡해서 건물 간판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며 찾는 편이 낫습니다.

     

    Q. 슈트루클리 튀김 버전과 스프 버전 중 뭐가 더 낫나요?

    A. 제 경험상 더운 날씨에는 튀김 버전이 훨씬 낫습니다. 스프 버전은 그라탕처럼 뜨겁게 나와 여름에 먹기엔 부담스러울 수 있고, 튀김 버전은 맥주 안주로도 잘 어울립니다. 처음 먹는다면 튀김 버전부터 시도해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Q. 크로아티아 국립공원 티켓 환불이 진짜 안 되나요?

    A. 공식 방침상 환불·변경 불가라고 명시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이메일로 상황을 설명했더니 바로 환불 처리가 됐습니다. 일반적으로 환불이 절대 불가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정중히 사유를 설명하는 이메일 한 통이 생각보다 효과적이었습니다.

     

    Q. 자그레브 치안은 실제로 어떤가요?

    A. 카페에서 노트북과 짐을 그대로 두고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물론 방심은 금물이지만, 제가 느끼기엔 서유럽 대도시보다 오히려 덜 긴장하게 되는 분위기였습니다. 소매치기 위험도가 높은 관광지와 달리 자그레브 구시가지는 비교적 안전한 편으로 느껴졌습니다.

     

    결론

    자그레브는 하루 이틀이면 구시가지를 다 돌 수 있을 만큼 작은 도시입니다. 그게 단점처럼 보일 수 있는데, 저는 오히려 그 밀도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걷다 보면 그리치 터널(Tunel Grič) 같은 2차 세계대전 방공호가 불쑥 나타나고, 성 마르코 성당의 타일 지붕이 하늘과 어우러지고, 골목 어딘가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맛이 나옵니다. 공사 중인 자그레브 대성당이나 변덕스러운 날씨는 분명 아쉬운 부분이었지만, 폭우 덕에 얻어걸린 서비스 와인과 노을은 계획했어도 만들어낼 수 없었을 장면이었습니다.

    액티비티나 화려한 볼거리보다 도시 자체의 결을 걸으며 느끼는 여행을 좋아한다면, 자그레브는 기대 이상으로 잘 맞는 도시입니다. 저는 출국 전날 다시 들를 예정인데, 그때는 로트르슈차크 탑도 꼭 올라가 볼 생각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lu7cz--p_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