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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출장 여행'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그게 진짜 여행인지 반쯤 의심했습니다. 일하러 가는 거면 일하러 가는 거지, 거기에 여행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게 좀 과하다 싶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직접 첫 해외 출장을 다녀오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일정은 타이트했고 몸은 피곤했는데, 공항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느꼈던 그 묘한 쿵쾅거림은 지금도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출장이라서 더 뚜렷하게 남은 풍경들
일반적으로 출장과 여행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둘의 경계는 생각보다 훨씬 흐릿합니다. 빡빡한 일정 사이에 잠깐 숨을 고르며 마주한 풍경이, 여유롭게 계획한 여행지보다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았거든요.
헌팅턴 라이브러리(Huntington Library)는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헌팅턴 라이브러리란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 위치한 복합 문화 기관으로, 광활한 식물원과 세계적인 예술 컬렉션을 함께 품고 있는 공간입니다. 유례없는 폭염이 덮친 날, 정신없이 이동하다가 그늘 아래서 마주한 초록빛 정원의 서늘한 바람이 얼마나 감사하게 느껴졌는지 모릅니다. 현지인들도 뙤약볕 아래서 똑같이 당황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모를 동질감이 생겼고요.
정원에는 어떤 소란도 잠재우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원예 치료(Horticultural Therapy)라는 분야가 있는데, 이는 식물과의 접촉이 인간의 심리적 스트레스를 낮추고 정서 회복을 돕는다는 개념입니다. 미국 원예 치료 협회(출처: American Horticultural Therapy Association)에 따르면 자연 환경에의 노출은 코르티솔 수치를 유의미하게 낮춘다고 합니다. 출장 중에 정원을 잠깐 걸었을 뿐인데 그게 몸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리피스 천문대(Griffith Observatory)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솔직히 저는 라라랜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 공간에 실제로 서고 나서야 왜 그 영화가 거기서 찍혔는지 납득이 됐습니다. 영화 속 낭만이 허구가 아니라 실제 장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이 좀 무서울 정도였습니다.
- 헌팅턴 라이브러리: 식물원·미술관·도서관이 한 공간에 있는 복합 문화 기관
- 그리피스 천문대: LA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명소, 영화 라라랜드의 배경
- 원예 치료: 자연 접촉을 통해 심리적 스트레스를 낮추는 치료 기법
파타고니아 본사에서 배운 것들
파타고니아(Patagonia) 본사 투어는 이번 일정에서 제가 가장 예상 밖으로 깊이 빠져든 경험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그 브랜드를 그냥 비싼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정도로만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창업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하나씩 들을수록, 무언가 다른 회사라는 게 점점 확실해졌습니다.
파타고니아는 원래 암벽 등반가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가 직접 등반 장비를 만들던 곳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자사 장비가 암벽을 훼손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 사업 자체를 접었다는 이야기는 적잖이 충격이었습니다. 수익을 포기하고 환경을 선택한 결정을 회사 초기에 내렸다는 게, 요즘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경영을 홍보용으로만 쓰는 브랜드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ESG란 기업이 환경·사회·지배구조 세 가지 측면에서 얼마나 책임감 있게 운영되는지를 평가하는 기준입니다.
1990년대에 면 소재 스포츠웨어 전체를 100% 유기농 면으로 전환한 결정도, '원웨어(Worn Wear)' 마켓플레이스를 만들어 중고 파타고니아 제품을 매입·수선·재판매하는 구조도, 지금 기준으로 봐도 쉽지 않은 선택들입니다. 파타고니아 공식 웹사이트(출처: Patagonia, Our Footprint)에서도 이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투어를 다녀온 뒤 느낀 건 단순히 '좋은 회사네'가 아니었습니다. 브랜딩(Branding)이란 로고나 슬로건이 아니라 회사가 실제로 내리는 결정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걸, 파타고니아는 몸소 증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경험상 여행지에서 브랜드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오래 생각하게 된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산타모니카 피어와 여행의 온도 차이
캘리포니아 하면 LA, 할리우드, 헤일리 비버 같은 이미지만 먼저 떠오르는 것이 솔직한 현실입니다. 미디어에서 반복 노출된 이미지가 지역 전체의 이미지를 덮어버리는 현상, 일종의 미디어 프레이밍(Media Framing) 효과입니다. 미디어 프레이밍이란 특정 이슈나 장소를 특정 방식으로 반복 묘사함으로써 대중의 인식을 특정 방향으로 고정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제가 직접 가보니 캘리포니아는 그 프레임이 포착하지 못한 공간들로 가득했습니다. 벤추라(Ventura) 해변 같은 곳은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소도시의 감각과 도시의 편의가 공존하는 곳이었습니다. 이런 풍경은 인스타그램 피드에 잘 등장하지 않습니다.
산타모니카 피어(Santa Monica Pier)는 그나마 유명한 편이지만, 제 경험상 날씨에 따라 완전히 다른 장소가 됩니다. 흐린 날 갔을 때는 그저 복잡한 관광지였는데, 화창한 날 현지인 안내를 받아 다시 갔을 때는 부두 끝에서 내려다보이는 해변의 규모가 실제로 압도적이었습니다. 관람차를 타고 올라가자 지상의 북적임이 천천히 멀어지면서 이상할 만큼 고요해졌습니다. 평소 자연보다 도시가 편한 저도 그 순간만큼은 그냥 그 조용함 속에 있고 싶었습니다.
여행이 보여주기식으로 흐를 때와 실제로 그 장소 안에 있을 때의 온도 차이, 제가 이번에 가장 뚜렷하게 느낀 부분입니다. 인스타그램용 핫스팟을 급하게 훑고 지나가는 일정과, 뙤약볕 아래서 현지인과 잡담을 나누며 걷는 경험은 완전히 다른 것이거든요.
자주 묻는 질문
Q. 캘리포니아 출장 여행, 실제로 여행다운 경험이 가능한가요?
A. 일반적으로 출장은 여행과 별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제 경험상 오히려 일정이 짜여 있기 때문에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장소들을 더 집중해서 보게 됩니다. 헌팅턴 라이브러리나 파타고니아 본사처럼, 혼자 계획했다면 들렀을지 모를 곳들이 출장 일정 안에 포함되면서 예상 밖의 깊이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Q. 파타고니아 본사 투어는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나요?
A. 제가 참여한 것은 초청 기반의 프라이빗 투어였기 때문에 일반 방문 방식과는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파타고니아 벤추라 본사는 외부 방문이 자유롭지 않으며,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브랜드 철학과 Worn Wear 프로그램 등의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직접 가보지 못해도 브랜드 스토리를 알고 나면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Q. 그리피스 천문대, 라라랜드 안 봐도 재미있나요?
A. 솔직히 저도 라라랜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현장에 가보니 영화와 상관없이 LA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전망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었습니다. 다만 영화를 먼저 보고 가면 장소가 주는 맥락이 훨씬 풍부해지는 건 사실이라, 가기 전에 한 번쯤 봐두는 것을 권합니다.
Q. 캘리포니아 여행에서 산타모니카 피어는 꼭 가야 하나요?
A. 날씨가 좋은 날이라면 한 번은 가볼 만한 곳입니다. 일반적으로 관광지 느낌이 강해 현지인들은 잘 가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맑은 날 부두 끝에서 보이는 해변 규모와 관람차 위에서 느끼는 조용함은 다른 곳에서 대체하기 어려웠습니다. 흐린 날은 반대로 매력이 크게 반감될 수 있으니 날씨 확인이 중요합니다.
결론
캘리포니아를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리고 제 첫 해외 출장 경험을 다시 꺼내보면서 확인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일정이 화려할수록 정작 기억에 남는 건 그 사이의 예상치 못한 작은 순간들이라는 것입니다. 서점 특유의 냄새, 그늘 아래 불어온 바람, 뜨거운 날 현지인과 나눈 짧은 대화 같은 것들이요.
보여주기식 일정이나 협찬 핫플을 급하게 소비하는 것도 하나의 여행 방식이지만, 제 경험상 그것만으로는 그 장소가 가진 온도를 제대로 느끼기 어렵습니다. 캘리포니아에 언제든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유명한 스팟 하나를 줄이더라도 한 곳에서 조금 더 오래 머무르는 쪽을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