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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광주는 '언젠가 가야지' 리스트에 몇 년째 묵혀 두고만 있었습니다. 막상 처음으로 발을 디뎌 보니, 레트로한 골목 감성과 뿌리 깊은 맛집들이 예상을 훌쩍 넘어서더라고요. 1박 2일 동안 직접 걷고 먹고 느낀 첫 광주 여행기를 정리했습니다.

첫날 저녁, 1969년부터 이어온 양동통닭
광주에 도착한 건 저녁 6시 반이었습니다. 짐도 풀기 전에 먼저 양동 시장 주차장에 차를 세웠는데, 시장 안 가게들은 이미 셔터를 내린 상태였고 치킨집 두 곳만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습니다. 수일통닭과 양동통닭, 딱 두 집이었습니다.
저는 오래된 맛집일수록 '업력(業歷)', 즉 영업을 이어온 연수를 꽤 중요하게 봅니다. 여기서 업력이란 단순히 오래됐다는 의미가 아니라, 같은 방식과 같은 맛을 유지하면서 살아남았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1969년부터 운영 중인 양동통닭은 그 기준에서 단연 눈에 띄었고, 결국 이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한 마리를 시켰는데 양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닭발도 함께 나왔고, 반 마리씩 잘라서 제공되는 방식이라 먹기도 편했습니다. 기름진데 느끼하지 않고, 겉은 바삭하되 속은 촉촉한 전형적인 옛날식 통닭의 질감이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프랜차이즈 치킨에 익숙해진 입맛에 옛날 통닭이 통할까?" 하고 반신반의했는데, 첫 조각을 먹는 순간 그 의심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일반적으로 오래된 치킨집은 기름 관리가 아쉬울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양동통닭은 전혀 그런 느낌이 없었습니다. 국내 외식업 통계를 보면 음식점의 평균 생존 연수는 약 3~5년에 불과합니다(출처: 통계청). 그 기준으로 보면 50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키는 이 가게는 그 자체로 하나의 기록입니다.
주차권도 챙길 수 있으니 꼭 가게에서 받아 두시길 권합니다. 주차비 걱정 없이 느긋하게 먹을 수 있었던 것도 좋았습니다.
- 위치: 광주 양동 시장 내, 수일통닭 바로 옆
- 메뉴: 한 마리, 반 마리, 닭발 추가 가능
- 주차: 양동 시장 주차장 이용 후 식당에서 주차권 수령 가능
- 운영: 1969년 개업, 현재까지 영업 중

아침 골목이 가장 아름다운 곳, 양림동 펭귄마을
이튿날 아침, 충장로 하운드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가장 먼저 향한 곳이 양림동 펭귄마을이었습니다. 여행 전부터 "광주에 가면 꼭 가야 한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막상 가보니 사진이나 영상으로는 전달이 안 되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펭귄마을은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 프로젝트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도시재생이란 낙후된 구도심을 철거 대신 주민 주도의 창의적 활동으로 되살리는 방식을 말합니다. 광주 양림동의 경우 한 주민이 골목 곳곳에 병뚜껑, 오래된 생활용품, 폐자재 등을 활용한 소품을 직접 배치하면서 지금의 명소가 됐습니다. 한 사람의 손길이 골목 전체를 바꿔놓은 셈입니다.
제가 직접 걸어봤는데, 아침 이른 시간이라 관광객이 거의 없어서 그 조용함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세월이 묻어난 레트로한 소품들, 군데군데 자라난 이름 모를 식물들, 무심하게 붙어 있는 작은 안내판 하나까지, 천천히 눈에 담으면서 마음이 조용해지는 경험이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냥 인스타그래머블한 포토 스팟 정도일 거라 생각했거든요.
마을 캐릭터인 '기쁨이' 펭귄 인형도 하나 데려왔습니다. 저작권과 상표 등록까지 마친, 이 마을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굿즈입니다. 가게 분이 기쁜 일이 생길 때만 서 있는 캐릭터라고 설명해 주셨는데, 그 말 한마디가 괜히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펭귄마을 바로 옆에는 GCD 커피가 있고, 그 옆에 양림 제과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는 두 곳 모두 들렀는데, 양림 제과에서 빵 사는 과정에서 우연히 이 동네 분들과 짧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계획하지 않은 순간이었지만 여행에서 가장 따뜻했던 기억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35년 간판을 지켜온 광주극장과 하루치 식도락
광주극장은 1935년 개관 이후 지금까지 운영 중인 단관 극장입니다. 단관 극장이란 스크린이 하나인 극장으로, 멀티플렉스(복합 상영관)가 대세가 된 지금은 전국적으로 손에 꼽을 만큼 드물게 남아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단관 극장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입니다(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안으로 들어서자 손으로 직접 그린 옛 영화 포스터 스타일의 간판이 걸려 있고, 좌석 번호 안내판도 손글씨로 A·B·C를 적어 놓은 방식 그대로였습니다. 하나의 스크린을 1층, 2층, 3층에서 각도를 달리해서 볼 수 있는 구조도 처음 보는 형태였습니다. 입장권도 옛날 티켓 양식이었고, 입구에서 드립백 커피도 받았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공간은 단순히 '레트로 감성'으로 소비하기엔 너무 진지한 무게가 있었습니다.
먹거리 면에서는 이날 하루가 그야말로 빽빽했습니다. 양인재에서 오애그 에그타르트를 포장했고, 행국담에서는 처음 먹어보는 프림국밥을 맛봤습니다. 프림국밥은 쇠고기 불고기와 순대, 당면이 함께 들어간 국밥 형식으로, 고소하면서도 진하지 않은 국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ACC(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옆 메모드에서 커피를 한 잔 더 했고, 추릅에서 블루베리 젤라또도 먹었습니다.
베비에르 마왕파이는 오리지널과 딸기, 두 가지를 먹었는데, 저는 화이트 계열이 더 입에 맞았습니다. 촉촉한 반죽 안에 팥이 꽉 들어차 있는 구성이었고, 4,900원이라는 가격도 납득이 됐습니다. 전콩물에서 먹은 콩물 국수는 설탕을 넣어 달게 먹었는데, 면의 쫄깃한 식감과 콩물의 고소함이 잘 맞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해 둔 창억 떡 픽업도 빠뜨릴 수 없었습니다. 호박 인절미 세 박스, 흑임자 인절미 두 박스를 챙겼습니다. 인절미란 찹쌀을 쪄서 치댄 뒤 고물을 묻힌 전통 떡으로, 창억 떡의 것은 특히 촉촉한 탄성이 남달랐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양동통닭 웨이팅이 심한가요?
A. 저는 평일 저녁 6시 반에 방문했는데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시장 자체가 저녁에 문을 닫기 때문에 주변이 한산한 편이고, 치킨집 두 곳에만 사람이 몰리는 구조입니다. 주말이나 성수기라면 대기가 생길 수 있다는 시각도 있으니, 저는 평일 방문이나 이른 저녁 타이밍을 권합니다.
Q. 펭귄마을 입장료가 있나요?
A. 별도 입장료는 없습니다. 골목 자체가 개방된 공간이라 언제든 자유롭게 걸어볼 수 있습니다. 다만 마을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관광객이 몰리기 전인 이른 아침을 추천합니다. 저는 오전 시간에 방문했는데, 조용한 골목에서 혼자 소품들을 살펴보는 그 경험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Q. 창억 떡은 예약 없이 살 수 있나요?
A. 현장 구매도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저는 며칠 전에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해서 픽업했습니다. 인기 제품인 호박 인절미와 흑임자 인절미는 소진이 빠른 편이어서, 날짜를 맞춰 방문할 계획이라면 사전 예약이 안전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Q. 광주 1박 2일 일정이 너무 빡빡하지 않나요?
A.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이번 일정은 다소 무리했다고 느꼈습니다. 맛집과 명소를 최대한 욕심내다 보니 사직공원 야경처럼 기대했던 장소를 결국 시간이 부족해서 못 본 부분이 있었습니다. 하루에 많은 곳을 넣기보다는 2~3곳을 깊게 보는 여유 있는 일정이 광주의 매력을 더 잘 느낄 수 있다고 봅니다.
결론
첫 광주 여행을 정리하면, 이 도시는 '맛'과 '감성'을 동시에 잡은 드문 여행지였습니다. 50년 넘은 통닭집의 업력, 한 사람이 일군 도시재생 골목, 35년을 버텨온 단관 극장까지 — 어느 하나 그냥 만들어진 것이 없었습니다.
다만 제 경우처럼 욕심을 부리면 여행이 퀘스트 깨기가 돼버립니다. 다음 광주 방문에서는 야경이 아름답다는 사직공원을 꼭 오를 계획이고, 일정에 여유를 두어 이 도시의 속도에 맞춰 걷고 싶습니다. 광주를 처음 계획 중이시라면, 양림동 일대만 반나절 이상 잡아두는 것을 권합니다. 그 골목은 그럴 만한 값어치가 충분히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