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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도 처음엔 나고야를 '노잼 도시'라고 반쯤 포기하고 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이 도시는 남들이 잘 안 찾는 루트에 진짜 재미가 숨어 있었습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나고야에만 존재하는 교통수단부터, 수도꼭지를 틀면 온천수가 나오는 에어비앤비, 나폴리 피자 대회 우승 셰프의 화덕 피자까지. 뻔한 랜드마크 대신 이 루트를 택한 건 제 나고야 여행에서 가장 잘한 결정이었습니다.

가이드웨이 버스 — 버스인데 핸들을 안 잡는다고?
오조네역 고가도로 위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정류장 구조가 완전히 지하철역이었거든요. 개찰구에 전광판, 승강장까지. 그런데 들어오는 건 분명히 버스였습니다.
이 교통수단이 바로 가이드웨이 버스(Guided Bus)입니다. 여기서 가이드웨이 버스란, 고가 전용 트랙 위에서는 차체 측면에 달린 보조 가이드 휠이 레일 벽면을 따라 방향을 잡아주고, 일반 도로로 내려오면 운전기사가 직접 핸들을 잡아 주행하는 이중 모드 차량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트랙 위에서는 미니카, 도로 위에서는 일반 버스로 변신하는 구조입니다.
제가 직접 탑승해서 봤는데, 트랙 구간에서는 기사님이 진짜로 핸들에서 손을 뗍니다. 엑셀만 밟고 쭉 가는 모습이 처음엔 좀 불안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보조 가이드 휠이 트랙 벽면을 타고 달리기 때문에 방향이 자동으로 잡히는 원리입니다. 일본 법률상 이 전용 트랙 구간은 철도로 분류되어 있어서, 가이드웨이 버스 운전기사는 대형 운전면허와 철도면허, 두 가지를 모두 보유해야 합니다.
이 노선이 생긴 배경도 꽤 실용적입니다. 나고야 북동쪽은 대표적인 베드타운 지역인데, 출퇴근 시간대 도로 정체가 심각했습니다. 전철을 새로 깔기엔 건설 비용이 너무 컸고, 대안으로 고가도로를 만들어 버스 전용 트랙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입니다. 비용 대비 효율을 끝까지 밀어붙인 나고야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출퇴근 시간대에는 만차 상태가 된다는 것입니다. 차량이 맞춤 생산 방식이라 증차도 어렵다고 알려져 있어서, 오전 9시 이전이나 저녁 7시 이후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탔을 때는 오전 10시 무렵이었는데 여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 승차 위치: 나고야 지하철 오조네(大曽根)역 인근 고가 승강장
- 트랙 구간에서는 보조 가이드 휠이 방향을 제어, 운전기사는 가속만 담당
- 운전기사 자격: 대형 운전면허 + 철도면허 동시 보유 필수
- 출퇴근 시간대(오전 7~9시, 오후 5~7시) 혼잡 — 시간 외 탑승 권장
나가시마 온천 에어비앤비 — 수도꼭지에서 온천수가 나오는 집
나가시마(長島)라고 하면 대부분 온천 리조트나 나가시마 스파랜드, 미쓰이 아울렛을 먼저 떠올립니다. 저도 그 리조트 구역 자체는 뻔하다고 생각해서 큰 기대를 안 했는데, 리조트 북쪽으로 차로 10분 정도 올라가면 있는 작은 주택지에서 완전히 다른 경험을 했습니다.
이 지역의 역사를 잠깐 짚으면, 1960년대 초 나가시마 일대에서 천연가스 시추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가스 채굴은 실패로 끝났지만, 굴착 과정에서 60도에 가까운 고온의 온천수가 솟아오르면서 예상치 못한 자원이 발견됐습니다. 여기서 온천수원(溫泉水源)이란, 지하에서 자연적으로 가열된 뜨거운 물이 솟아나는 지점을 말하며, 이 수원이 인근 주택지까지 이어져 있다고 합니다. 해당 주택들은 허가를 받으면 온천수를 직접 끌어다 쓸 수 있는 구조입니다.
제가 이번에 묵었던 에어비앤비가 바로 그런 주택이었습니다. 개인 온천탕이 딸려 있어서 아무도 눈치 볼 것 없이 원하는 시간에 온천을 즐길 수 있었는데, 이건 직접 경험해봐야 그 차이를 압니다. 료칸(旅館)에서 프라이빗 노천탕이 딸린 방에 묵으면 두 명 기준으로 60~70만 원 선이 기본인데, 이 에어비앤비는 그보다 훨씬 합리적인 가격대였습니다.
저는 입실 전에 나고야 시내 사카에 근처에 있는 로피아(Lopia)에 먼저 들렀습니다. 로피아는 전국 체인 할인 마트로, 와규(和牛) 특히 마블링이 촘촘하게 박힌 등급 높은 와규를 대형 마트 대비 상당히 저렴하게 살 수 있습니다. 여기서 와규와 간단한 먹거리를 잔뜩 사 들고 에어비앤비로 들어가서, 온천 즐기고 와규 구워 먹는 저녁을 보냈는데, 이게 제가 경험한 나고야에서 가장 가성비 높은 하루였습니다.
나가시마 스파랜드나 미쓰이 아울렛을 일정에 포함할 계획이라면, 이 주택지에서 숙박하는 동선이 특히 효율적입니다. 리조트까지 버스로 10분이고, 나고야 시내로 향하는 버스도 주택가 앞 정류장에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출처: 나가시마 리조트 공식 홈페이지
이세신궁 — 일본인이 평생에 한 번은 가고 싶다는 곳
한국 여행자들이 나고야 인근에서 이세신궁(伊勢神宮)을 잘 찾지 않는 이유는 교통이 좀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열차로 환승을 여러 번 해야 하고, 일반 편도 운임이 7,000엔을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가길 잘했다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이세신궁은 일본 전역에 약 8만 개 존재하는 신사 중에서 가장 높은 위상을 가진 곳으로, 태양의 여신 아마테라스(天照大御神)를 모시는 성지입니다. 여기서 신궁(神宮)이란, 일반 신사(神社)와 달리 황실과 직접 연결된 최고 격식의 신앙 시설을 의미하며, 지명 없이 그냥 '신궁'이라고 부르면 바로 이곳 이세신궁을 가리킵니다. 에도 시대에는 서민의 자유로운 이동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었는데, 이세신궁 참배만큼은 예외적으로 허용됐을 정도였습니다. 당시 인구의 약 20%가 참배를 위해 이동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출처: 이세신궁 공식 홈페이지).
제가 친구들이나 가족을 나고야로 데려올 때 항상 이곳을 코스에 넣었는데, 단 한 번도 "왜 여기 왔냐"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신사 자체에 종교적 관심이 없더라도, 내궁(內宮) 앞 오카게요코초(おかげ横丁) 상점가가 1300년 전통을 이어온 거리라서 골목 돌아다니는 재미가 상당합니다. 관광지치고 물가도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우동이 450엔, 빙수가 520엔 선이었는데, 이 정도면 서울 시내보다 저렴한 수준입니다.
상점가 옆으로 흐르는 이스즈 강변에 앉아서 길거리 음식을 먹으며 쉬는 시간이 제가 이세신궁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강물이 맑아서 실제로 참배 전 손을 씻는 풍습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신사 경내까지 들어가지 않아도 이 주변만으로 충분히 올 만한 값어치가 있습니다.
교통편은 긴테쓰 레일패스(近鉄レールパス)를 활용하면 합리적입니다. 긴테쓰 레일패스란, 긴테쓰(近畿日本鐵道) 노선의 정해진 구간을 기간 내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정액권입니다. 나고야 출발 기준 이세신궁 왕복 포함 패스가 6,800엔 수준으로, 일반 편도 운임보다 저렴하게 왕복 이동이 가능합니다.
오스 상점가 피자 — 1,400엔에 세계 대회 우승 셰프 화덕 피자를
나고야에서 피자가 유명하다는 걸 아는 한국 여행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저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오스 상점가(大須商店街) 골목 안쪽에 있는 식당에서 피자를 먹고 나서, 이걸 모르고 나고야를 떠났으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오스 상점가 안에 새사리(Sacchari)라는 곳이 있는데, 나폴리탄 피자 협회(Associazione Verace Pizza Napoletana, AVPN)가 주관하는 세계 피자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셰프가 운영하는 곳입니다. 여기서 나폴리탄 피자(Neapolitan Pizza)란, 이탈리아 나폴리 전통 방식 그대로 고온 화덕에서 60~90초 내에 구워내는 피자를 말하며, 반죽의 수분 함량과 발효 시간, 굽는 온도가 엄격히 규정되어 있는 방식입니다. 제가 직접 먹어봤는데, 가장자리는 바삭하고 안쪽은 쫀득한 식감이 화덕 특유의 불맛과 섞여서, 한국에서 같은 급의 피자를 먹으려면 서울 합정 근처에서 2만 원 넘게 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1,400엔이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가격이 좀 부담스럽다면 바로 옆 솔로 피자(Solo Pizza)도 충분한 선택입니다. 솔로 피자는 새사리의 자매 식당으로, 동일한 화덕 방식으로 굽는 피자를 500엔부터 제공합니다. 제 경험상 이 정도 퀄리티를 이 가격에 내놓는 곳은 나고야가 아니면 보기 어렵습니다.
나고야의 로컬 음식을 더 즐기고 싶다면 아카미소(赤味噌) 계열 음식도 놓치면 안 됩니다. 아카미소란 일반 하얀 된장과 달리 장기 숙성으로 만든 진한 붉은 된장으로, 나고야 사람들은 하얀 미소를 거의 쓰지 않고 이 붉은 된장만 고집합니다. 미소 돈가스, 미소 우동이 대표 메뉴이고, 마트에서 아카미소 소스를 구입해 귀국 선물로 챙기기도 좋습니다. 그 외에 히츠마부시(ひつまぶし)와 닭날개 데바사키(手羽先)도 나고야 고유의 음식 문화를 경험하는 데 빠지지 않는 메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가이드웨이 버스 탑승권은 어디서 사나요?
A. 오조네역 인근 고가 승강장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일반 버스 운임과 동일한 방식으로 요금을 내면 되고, 교통계 IC 카드(만나카, 스이카, 이코카 등)도 사용 가능합니다. 출퇴근 시간대(오전 7~9시, 오후 5~7시)는 만원 상태가 되기 때문에, 오전 10시 이후나 점심 시간대를 노리는 것이 현명합니다.
Q. 나가시마 에어비앤비는 어떻게 찾아야 하나요?
A. 에어비앤비 앱에서 '나가시마(長島)' 또는 '桑名市 長島町' 로 검색하면 온천 수원이 연결된 주택지 숙소들이 나옵니다. 숙소 상세 설명에 '개인 온천탕' 또는 '천연 온천수 이용 가능' 여부가 명시되어 있으니 반드시 확인 후 예약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가시마 리조트에서 버스로 약 10분 거리입니다.
Q. 이세신궁까지 대중교통으로 혼자 가도 되나요?
A. 가능은 하지만 긴테쓰 레일패스를 미리 구매해두는 것이 훨씬 편리합니다. 나고야역 긴테쓰 창구 또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이세신궁 입장권이 포함된 패스를 구입하면 왕복 6,800엔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환승 없이 나고야에서 이세시(伊勢市)역까지 직통으로 가는 열차 시간대를 미리 확인해두면 이동이 한결 수월합니다.
Q. 오스 상점가 새사리는 웨이팅이 심한 편인가요?
A. 점심 피크 시간(12시~13시 30분)에는 대기가 생기는 편입니다. 오전 11시 개점 직후나 오후 2시 이후에 방문하면 비교적 여유롭게 자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대기가 길게 느껴진다면 바로 옆 자매 식당 솔로 피자를 먼저 들렀다가 대기가 줄었을 때 다시 방문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결론
나고야를 '노잼 도시'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아마 나고야 성, 사카에, 오스 상점가 표면만 훑고 떠난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제가 경험한 나고야는 달랐습니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가이드웨이 버스를 타고 트랙 위를 달리는 경험, 수도꼭지에서 온천수가 나오는 주택에서 와규를 구워 먹던 저녁, 1,400엔짜리 세계 대회 우승 화덕 피자, 그리고 1300년 전통 상점가를 한가롭게 거닌 이세신궁 오카게요코초까지. 이 모든 게 나고야와 그 인근 미에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나고야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나고야 시내 일정에 이세신궁과 나가시마를 하루씩 붙이는 3박 4일 동선을 저는 추천합니다. 뻔한 도시라는 선입견을 내려놓고 이 루트를 따라가보면, 나고야가 꽤 오래 기억에 남는 도시라는 걸 알게 될 겁니다.